<시사評> 압록강에서 만나는 사람들

입력 1997.08.25. 16:46 수정 1997.08.25. 16:46 

(서울=연합(聯合)) 周鍾國기자= 압록강 혜산지역. 강폭이 좁아 큰소리로 부를 경우 상대편에서 듣고 응답하며 돌을 던지면 건너편에 가 닿는 거리. 바로 그 건너에는 수십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한채 그리워한 아들과 그 가족들이 손을 흔들며 서 있다.

혹시나 감시원들에게 잡혀갈까 두려워 제대로 큰 소리도 치지 못하며 손짓 발짓으로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는 이들은 지구상에 한반도에만 유일하게 있는 남북 이 산가족들.

MBC TV가 지난 6월28일부터 28일동안 취재, 오는 28일 밤 11시에 방송할 특별기획 <압록강에서 만나는 사람들>(연출 鄭秀雄)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도시 혜산과 장백진에서 이루어지는 남북한 가족들의 안타까운 상봉을 다루고 있다.

서울과 중국 심양, 연길, 백두산, 장백진, 김정숙市, 속초 등을 돌며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혜산을 고향으로 둔 남한 실향민 26명이 망향단을 조직, 북한의 가족을 찾아 중국 압록강변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죽기 전에 한 번 고향땅을 보고 가족들의 생사라도 알아보기 위해 먼 길을 돌아 압록강변에 선 이들은 모두 70줄에 들어선 이산 1세대.

이 가운데 6명은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먼발치서 혹은 가까이서 혈육을 볼 수 있었다. 연길 아주머니들의 도움으로 북한의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해 강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하거나 밤을 틈타 중국으로 강을 건너온 젊은 조카들을 상봉한 것.

주위를 왔다갔다하는 국경감시원이 무서워 제대로 불러보지도 못한채 흐느끼는 남한의 어머니와 손도 마음대로 흔들지 못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휘두르며 멀어져 가는 아들 가족의 모습은 이 땅의 비극을 잘 묘사해준다.

또 건너편의 가족과 이야기하다 말고 "말하니까 경비원 오잖아, 말하지마"하며 얼른 자리를 뜨는 할머니, 감시원 쪽으로 소리가 가지 않도록 입을 반쯤 가리고 "○○아" 하고 건너편의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은 다시 한 번 실향민들을 눈물짓게 만들만한 안타까운 장면들이다.

밤새 몰래 강을 건너온 조카에게 돈과 옷가지, 끼고 있던 금반지를 건네주고 조카는 이를 다리에 동여매 숨기는 모습도 남북 분단의 아픔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망향단원중 가족을 못찾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 와서 어떻게 가족 찾길 바라겠어요, 열 번도 넘게 온 사람들도 많은데. 언제 또 와야지요."

"이산 1세대들이 죽기 전에 통일이 돼야 돼. 2,3세들이 북한땅을 그리워하는 줄 알아?".

이들이 노구를 이끌고 먼 길을 돌아 압록강변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우리 통일정책은 무엇을 이루었고 앞으로는 무엇을 할지, 이 프로그램은 장중하면서도 애잔한 톤으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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